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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3.23 [영화] 카모메 식당: 함께 끼니를 한다는 것

빠블리또 2024. 11. 7. 08:25

카모메 식당

 
식구; 밥 식(食)자에 입 구(口)자를 쓰는 것처럼 한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 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카모메 식당의 주인, 사치에는 살찐 동물에 약하다. 살찐 동물이 맛있게 음식을 먹는 모습이 너무 좋아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게 이름도 핀란드의 살찐 갈매기에서 따온 갈매기 식당(카모메 식당)인 지도 모른다.

허나 그녀가 살찐 동물을 좋아하는 것은 단순한 기호인 것 같지는 않다. 그 사실 이전에 어린 시절에 여읜 '말라깽이' 엄마가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결핍'된 존재로서의 사치에의 나레이션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사치에는 야무진 철학을 가진 주인장이다. 근처를 지나가던 사람이 가볍게 들어와, 소박하지만 맛있는 음식으로 허기를 채우는 '동네 식당'이라고 카모메 식당을 지칭한다. 그녀의 식당에 대한 철학처럼, 처음에 파리만 날리던 카모메 식당은 소박한 음식을 맛보기 위해 가볍게 들어오는 사람들로 점점 활기를 더해간다.

그 중엔 저마다의 사연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 친구가 없지만 일본만화 매니아인 토미, 꼭 떠나고 싶어 무작정 핀란드로 왔다는 미도리, 항공사의 실수로 짐을 잃어버린 마사코, 꼭 어딘가 결핍된 것 같아 보이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어딘가 결핍된 사람들은 사치에가 건내주는 커피 한잔에, 시나몬롤 하나에, 주먹밥 하나에 점점 '우리'가 되어간다. 말 그대로 한솥밥을 먹으면서 말이다.

간만에 밤새도록 영화 한편을 봤다. 오늘 집 밖에 나가고 싶지 않아서 보기 시작했는데, 영화를 다 보고나니 마음 한켠이 따뜻해졌다. 더군다나 나의 첫 유럽인 헬싱키가 배경이라 더 의미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