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小菊, 소국.
작은 국화.
어느날은 생애 처음으로 소국 한단을 꽃꽂이 했다.
꽃 한단의 양이란 가히 어마무시하기에, 서투른 손을 부지런히 움직여 꽃줄기를 공병에다 꽂았다.
공병의 입구는 비좁고 한단에 담겨진 모든 꽃의 키는 같지 않기 때문에, 공병에 맞게 줄기마다 재단을 하다보면 미처 병에 담을 수 없는 자투리 꽃줄기들이 있었다.
떼를 지어 무자비하게 신문지에 팽개쳐 있는 이 자투리들을 보면서 측은지심이 들었다. 뒤늦게 큰 줄기에서 뻗어나와 아직 작은 키를 가지고 있지만 너네도 충분히 영양분을 받으면 꽃을 피울텐데…
자투리들이 눈에 밟혀 도저히 신문지 위에 난도질 되어있는 잎사귀, 빈 줄기와 같이 버릴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자투리들을 모우고 모아 작은 유리잔에 한꺼번에 담았다. 이름하야 콩나물소국이.
얇은 줄기를 빼곡히 잔에 담은 모습이 꼭 콩나물 같아서 이름으로 붙여줬다.
와인병과 화병에 담긴 크고 화려한 소국들보다 이 작고 하찮은 것들에 더 마음이 갔다. 가뜩이나 수분에서 영양소를 충분히 빨아들이기에 너무나도 소박한 줄기를 가지고 있는 녀석들. 혹여나 내가 너무 빼곡히 잔에 담지는 않았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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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며칠이 흐르고 급하게 주말동안 고향에 다녀올 일이 있었다. 2박 3일 동안 집을 비울 예정이었기에 외출 전 모든 병에 새로운 물을 수급하고 소국들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고향에 내려가 있는 동안은 드문드문 소국들이 시들지 않고 잘 있을지 걱정되었다. 돌아왔을 때 소국들이 잘 버티고 있기를 간절하게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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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상경했을 때 가장 먼저 한 일은 갖가지 병에 담겨져 있는 소국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일이었다. 나 없는 동안 제자리를 잘 지키고 있었나 하나하나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우와-”
콩나물소국이를 봤을 때 탄성이 절로 나왔다.

처음 봤을 때부터 서울을 떠나기 직전까지 봉오리를 채 열지 않은 미물들이 어느새 꽃을 만개하고 있었다.
꼭 돌아올 나를 기다려왔다는 듯이. 어쩌면 나의 간절한 바람이 전해졌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만개한 소국을 갑작스레 맞이한 순간은 그 자체로 감격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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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어느 순간은 스스로가 작고 하찮게 여겨질 때가 있을 거다. 그렇지만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보면 어느새 작은 줄기로도 싱그러운 꽃을 피울 수 있을 테다. 그러니까 작고 하찮을 지언정 함부로 무시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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